▲ 김윤환 정치부 기자

   흔히 형법 시험문제로 출제되던 범죄구성의 3요소는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을 말하며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범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본다.

  충주시의회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이 양돈업자로부터 지난해 추석 선물로 받은 홍삼세트에 담긴 돈 봉투 사건은 과태료 부과로 일단락됐다.
  충북경찰청의 온정주의와 연고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대와는 달리 실망이 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숱한 루머와 억측만 남긴 채 끝날 것처럼 보인 반면 최근 이해관계인들이 불을 지피기 시작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건을 쉽게 요약해 보면 양돈업자의 사익을 위해 부패한 무리들이 떼를 지어 충성 경쟁을 벌이다 내부 분열로 인해 수면위로 떠올라 들통 났다.
  ‘콘클라베’로 불린 이 프로젝트의 기획자 겸 감독은 충북도내 유력 일간지 중견 언론인으로 소문나 있다.
  주연은 이미 알려진 대로 선물 전달을 맡은 사업가 A씨와 B시의원과 그의 친구 C씨로 지목된다.
  조연급으로는 이 시대 의인처럼 양심선언을 한 D시의원과 오리발을 내민 E시의원이 도맡았다.  그 외 몇 명 의원들도 출연했다.
  특별출연으로 도내 시골 경찰서장도 잠깐 등장하며 암막 뒤로 충주시의회의장 모습도 엿보인다.
  이 연극은 충북경찰청에서 온갖 애를 쓴 보람도 없이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해 경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우선 이 작품의 주연급 배우 선정에 문제점이 있었다. A씨는 업자의 고교 선배로서 가끔 두 사람 간에는 사업상 돈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평소처럼 돈을 계좌로 입금한 것이 화근이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말았다.
  이를 폭로한 D시의원과 친밀감이 떨어져 수백만 원씩 용돈을 줄 처지는 결코 아니었다.
  배달사고 누명까지 쓴 B시의원은 본인이 악역을 감당하기 보단 조연급 중에서 전달 역할을 맡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했다.
  훗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겠지만 B의원이 한발 물러나 있었다면 오히려 의원들 대변인을 자처해 목소리를 높임으로 의회가 당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덫에 걸려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경찰은 압수수색은 물론 계좌추적도 시도했지만 무의에 그쳤다. 만약 연 매출 수백억대 사업가가 진짜 의원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일 계획이었다고 치자.
  이 경우라면 최소한 그 자금은 세탁에 세탁을 거쳐 쥐도 새도 모르게 일찌감치 마련해 놓았을 것이다.
  결국 머리싸움이겠지만 누구라도 그 입장이라면 제3자 통해 확실하게 준비해 놓고 패를 칠 것이다.
  이번에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맨투맨 전략에서 상대 파트너를 잘못 선정했고 어설프게 돈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의로운 먹고 살만한 의원들은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것이 맞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아예 선물조차도 안 받았다고 설레발을 치니 두고 볼뿐이다.
  이들의 행위가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맞고 법질서로부터 부정적인 행위이며 책임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범죄구성 요건에 똑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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