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종호 주필

   김영란법에서 국회의원이 빠진 것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현실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독소를 다시 들여다본다.

 내가 홀로 웃는 이유를 그대는 아는가 -독소(獨 笑)- 홀로 웃다. -다산 정약용, 요새 유행하는 혼밥과 혼차, 혼술처럼 독소 제목을 ‘혼소(笑)’라고 번역해도 좋겠다.
 누군가는 1804년 다산 선생이 유배지에서 지은 시 ‘독소(獨笑)’가 다시 읽히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손혜원 국회의원의 투기 의혹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어 더욱 춥다. 투기로 보기 애매한 사실들이 확인되면서, 이해 충돌 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되면서 손 의원의 의정 활동에 사익과 공익이 뒤섞여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조카 명의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목포 도시재생사업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손 의원은 또 “(도시재생)사업이 잘되면 목포가 우리나라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 자신이 부동산을 매입한 목포를 띄우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손 의원 측은 ‘서울역 공예박물관 개설’ 발언과 관련해 “체육계 출신인 이동섭 의원이 태권도를 진흥하자고 얘기하고 바둑인 출신 조훈현 의원은 심지어 바둑진흥법도 만들었다. 국회는 다양한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합의를 찾는 곳인데 이를 이익충돌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핸드코리아와 관련성에 대해선 “이미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서울역 신역사에 입점해서 어떤 특혜도 있을 수 없다”며 “형편이 어려운 전통 공예인을 위해 사비를 털어 20억원 정도의 물품을 직접 구입해 재고로 쌓아 놓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앞으로 명확히 정리해 놓지 않으면 국회의원 300명이 이익단체와 함께 친인척이나 사람들을 동원해 저런 비슷한 일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공직자로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거나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이 매입한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전형적 권력 남용이자 사익 추구 행위다.
 이번 보도에 많은 이들이 공분을 토로했던 것은 특권층의 사익 추구는 사회질서에 대한 불신을 낳고 보통 사람들의 부패도 부채질한다는 것 때문이다.
 권력 남용이나 사익 추구보다는 낙후 지역의 문화재 보존과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으로 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목포 구시가지에 여러 채의 집을 사 모은 것이 근대 건축물 보존과 역사문화지구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행위를 사익 추구로 의심할 수는 있다.
 공인의 행동을 ‘선한 의도’에 근거해 판단하면 공직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막기 어렵게 된다거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공익과 사익이 뒤섞이게 되면 사람의 본성상 부패가 일상화된다고 확신하는 이들도 많다.
 목민심서에도 재임중에 재산을 늘리는 것은 도둑질이라 했다. 고대인들은 선한 일을 하면서 이익까지 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던 것은 좋은 일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정신을 부패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존경을 주고,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부를 주되 사회적 지위를 낮춤으로써 공과 사를 분리시키자는 게 동서양 공통의 전통적 입장이었다.
 입법사법행정의 3권 분립처럼, 개인도 재산, 권력, 명예의 3권 분립과 책임, 의무, 권리의 구분이 필요하다.
 특혜와 특권이란 공평하게 나눠줘야 하는 것을 한쪽에 합당한 근거 없이 더 줄때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 누구나 가서 이야기하면 되고 투명하면 문제될게 없는 것처럼, 같은 일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되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 특혜시비가 나온다.
 정치인들이 현재(계속) 점심을 누구랑 먹고 누구와 무슨 사업을 하고 누구와 비용을 사용하고 누구를 만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빠진 것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지금이라도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고 이해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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